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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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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정모입니다.
공개여부 공개 작성일 2013-08-01 조회수 779
박주언씨께,

진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니 동지를 만난 것 같아 반갑습니다.

질문하신 내용이 워낙 깊은 지식이 필요한 것이라 제대로 답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설명드리겠습니다.

(1) 페름기 대멸종에 관해서 왜 이리도 많은 이론이 있는가?

- 페름기 대멸종 시기는 지금부터 대략 2억 5천만~2억 3천만 년 전의 일입니다. 워낙 옛날의 일이니 당연히 다양한 이론이 많겠지요. 어떤 병에 대해서 치료법이 다양하다는 것은 사실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가지 이론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한 가지가 아직 없다는 것을 겝니다.

- 과학이론이란 동시대 학자들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결코 진리는 아니지요.

- 페름기 대멸종의 이론을 제기한다고 해서 어디서 연구비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고생물학은 연구비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지요.

- 과학자란 끊임없이 의심하고 되물으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실험과 관찰로 가설을 확인하여 이론을 확립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미 대다수가 받아들이는 어떤 이론이 있다고 해서 자기가 의심이 가는 데도 불구하고 그냥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과학자의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 과학자들은 문제를 제기합니다. 새로운 가설을 제시합니다. 그러다가도 다른 사람의 것이 더 합리적이라면 자기의 것을 언제든지 포기하지요. 다른 이론을 제시한다면 연구비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생물학 분야는 더욱더!) 기존 이론에 합리성이 부족하고 새 이론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2) 대멸종이 후 살아남은 동물 중 50% 가량이 리스트로사우루스인가?

- 대멸종 후 살아남은 동물 중 50%가 리스트로사우루스라는 이야기는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페름기 후기에 극지방에서 적도지방까지 디키노돈트라는 단궁류 초식동물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이들이 페름기 대멸종 때 절멸하고 그 가운데, 그러니까 기키노돈트 76종 가운데 리스트로사우루스와 모스코리누스 키칭기 2종만 살아남았죠. (2종 밖에 없으니까 50%가 리스트로사우루스라는 하는 것 아닐까요?)

- 리스트로사우루스는 특별히 빠를지도, 위압적이거나 영리하지도 않았습니다. 외모가 트라이아스기의 돼지처럼 생겼죠. 특별히 리스트로사우루스가 대격변기에 살아남은 이유는 그야말로 미스터리입니다. 이것을 두고서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는 다른 종들이 멸종한 이유는 "나쁜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나쁜 운 때문이라"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 현재로서는 리스트로사우루스가 특별히 살아남은 것은 그야말로 ''운''이라고밖에 이야기 못합니다. 이것은 과학자들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박주언씨가 납득하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저도 납득 못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현상을 설명할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설명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읽어보셨을 것 같은데, 이 분야에 대해서는 <대멸종>(마이클 J. 벤턴 지음, 류운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이 최고의 책입니다.

우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아마도 겨울에 이 책을 중심으로 페름기_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을 공부하는 강연회를 열려고 준비 중입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박물관을 방문해 주십시오.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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